10화 “왜? 이 방에 구비돼 있어? 없을 텐데.” 연지가 문고리를 잡고 뒤돌아서서 묻는다. 그리고 방 여기저기 둘러본다. 싸구려 모텔이라서 그런지 구비용품 같은 건 개뿔도 없다. “아 아니.” “오늘 밤 나랑 놀기 싫어?” “아니 그건 아니야.” “그럼 알아서 내가 필요한 건 사올게. 이십 분 쯤 뒤에 올게. 이따 봐.” 그때 다시 연지에게 전화가 온다. “아, 알았어요. 끝났어요.” 연지가 통화 중이다. 실장님이란 사람과 통화하나? 남자이다. 연지는 통화를 끝내고 허겁지겁 복도를 빠져나간다. * 난 샤워부터 할까 하다가, 연지가 와서 내 모습을 보면 놀랄지 몰라 참는다. 겉옷을 벗고 화장실에 들어가 연지를 다시 맞기 위해 상태를 점검한다. 이를 닦는다. 이십 분. 째깍째깍. 나는 짐짓 여유를 부리며 침대에 누워 있다. 이불을 반쯤만 덮고. 삼십 분. 째깍째깍. 벌써 삼십 분이나 지났다. 연지는 오지 않는다. 이런. 삼 십오 분. 째깍째깍. 나는 나무 덧창과 창문을 열어본다. 거리는 쥐죽은 듯 고요하다. 왼쪽, 골목 끝에서 여자의 하이힐 소리가 들린다. 나는 고개를 빼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살짝 내다본다. 긴 흰색 패딩을 입은 어떤 여자가 혼자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 패딩이 길거리에 질질 끌린다. 방금 실연당한 여자 같다. 저 흰색 패딩은 올겨울에도 교복처럼 대유행이군. 저런 흰색 긴 패딩을 입지 않으면, 마치 열외자가 돼 두려운 것처럼. 여자가 흰색 긴 패딩 자락을 밟고 넘어진다. “아이 씨발, 야 이경균이! 우웩.” 취한 여자가 남자 연인